난자매매 사건에 관한 생명윤리법적 고찰
연구원 유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11년 6월 14일 난자매매를 알선한 브로커 2명에 대해「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난자를 채취하고 이를 이용하여 시술한 의사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였다.
난자매매 알선 브로커들은 2009년 9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불임정보공유사이트로 가장한 사이트를 통해 난자를 원하는 의뢰인으로부터 많게는 1000만원을 받아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금액을 챙기는 방법으로 난자제공자 13명에게 총 16회에 걸쳐 7천여만원 상당의 금전이 개입된 난자매매를 알선하였다. 난자제공자들은 주로 급전이 필요한 20~30대의 무직자& 자녀를 둔 가정주부& 대학생& 나레이터 모델& 영어 강사 등이었고& 제공자의 외모& 몸매& 학벌 등에 따라 난자의 가격대가 형성되었다. 경찰에 의하면 난자제공자들은 일부 병원에서 신원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흐릿하게 복사된 타인의 신분증 사본을 병원에 제출하기도 하고& 심지어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하였다. 이들 중에는 8개월간 3회의 난자채취시술을 받아 단기간 여러 차례 이루어진 시술로 인한 기억력 감퇴 및 자궁 약화 등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난자매매를 계속하여 단속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여성의 난자는 인간 생명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배아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신체의 조직이나 세포와는 달리 특별하게 취급되어져야 한다. 따라서 타인의 임신을 목적으로 난자제공자로부터 난자를 채취하여 제공하는 일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에 현행 「생명윤리법」에서는 난자매매는 물론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하는 행위까지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난자제공자의 건강보호와 안전을 위해 난자제공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고& 난자채취의 빈도를 제한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외에도 난자제공자에 대한 실비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위의 사건에서는 난자매매& 서면동의를 획득하지 않은 점& 난자채취 시 빈도의 제한을 어겼으며& 난자제공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점& 과도한 보상 등이 현행법 위반이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법은 난자매매(법제13조 제3항)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생식세포에 대해 재산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거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자유로이 거래 할 수 있는 물건으로도 다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식세포에 대한 법적 보호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난자를 채취 하기위해서는 정자제공자∙난자제공자∙인공수태시술대상자 및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법 제15조제1항). 하지만 위의 사건에서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이 난자제공자들에게 배아의 생성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서면동의 또한 구하지 않았다. 이는 난자제공자의 자율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셋째& 난자채취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여성의 몸에서 인위적으로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서는 호르몬 촉진제 혹은 길항제를 주사하여 배란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런 과배란 유도의 과정에서 복통& 복수& 탈수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빈번한 난자채취는 난자제공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법은 난자제공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난자 제공의 횟수를 평생 3회로 제한하며& 난자 채취 6개월 경과 이후에야 다음 난자를 채취할 수 있다.(제15조의 3및 동법 시행령 제10조의2). 뿐만 아니라 난자제공자에게 건강검진을 실시(동법 제15조의2 제1항)할 것을 규정하고& 건강검진 결과 건강기준 미달자로부터 난자채취를 금지(동법 제15조의2 제2항)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건에서는 난자제공자 중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하여 8개월간 세 차례나 난자 채취 시술을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여성의 건강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은 난자제공자에 대해 실비보상(생명윤리법은 제15조의4)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근거는 난자제공자가 난자제공에 필요한 시술 및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른 최소한의 보상이다. 이때실비는 보상금 및 교통비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관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위의 사건에서는 실비 보상이 아닌 여성의 외모& 학력 등에 따라 난자매매 가격이 형성되었다.
이상으로 난자매매 사건에 대한 생명윤리법의 관점에서 어떤 불법이 행해졌는지 살펴보았다. 최근 불임부부의 급증으로 난자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악용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생명윤리법은 난자매매에 대한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이 좀 더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난자의 매매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난자제공자와 난자수증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 할 수 있는 사회적∙국가적 정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 “고학력 수준급 외모 ‘A급 난자’ 1000만원” http://www.ilyoseoul.co.kr/show.php?idx=88675&table=news_society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 쓰기
연구원 박인경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가 지난 2010년 12월 시작한 사전의료의향서(事前醫療意向書)3) 쓰기 운동을 올해 5월과 6월에는 전국 순회 세미나로 개최하였다. 이번에 개최된 지역 세미나는 20여개 민간 단체와 협력하여 진행되었는데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강릉& 울산& 대구& 전주 등 전국 대도시에서 풀뿌리 웰다잉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생명윤리 유관 학술단체들이 연합하여 지역 시민들의 사전의료의향서 쓰기를 독려함으로써 각 지방 언론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09년 세브란스 김할머니 사건 이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의료계는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고& 일각에서는 말기암 환자의 완화의료를 인정한 ‘암 관리법’ 개정안이 통과하는 등 생의 말기 치료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2년이 된 현 시점에서 ‘존엄사법’ 등 관련법 제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렇듯 연명치료 관련 법률 혹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풀뿌리 웰다잉 운동을 통한 사전의료의향서 쓰기 활성화는 매우 의미 깊다. 민간단체 운동을 통해 사전의료의향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죽음 준비의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된다면& 사전의료의향서 관련 법률이나 제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는 현재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사전의료의향서 양식을 개발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배포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약 5&000부의 사전의료의향서 양식을 배포하였으며& 작성된 의향서의 원활한 적용을 위하여 사본 보관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사전의료의향서를 보관하는 기관을 법적으로 지정하고 관련 기관에 보관해야만 효력을 인정해 주기도 할 만큼 사전의료의향서 보관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전의료의향서의 법적 강제력이 부재한 경우는 사전의료의향서의 작성을 넘어 현실에서의 적용이 더욱 중요한 만큼 언제 어디서나 본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이러한 사전의료의향서 사본 보관 서비스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1년간의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운동 활동과 변화를 돌이켜보고 사전의료의향서 쓰기 운동의 확산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 이와 같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 크고 작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기회를 통해 "건강할 때 미리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자"는 웰다잉(well-dying) 문화 운동이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 홈페이지 : *http://사전의료의향서.kr
3) 사전의료의향서는 말 그대로 건강한 때에 혹시 자신이 의사결정능력을 잃을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의 의료적 처치 내지는 치료에 대한 자신의 원하는 바를 미리 기록해 놓은 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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