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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종이 책 읽니? 나는 ‘DNA 책’ 읽는다

미국 연구진, 527만비트 ‘DNA 메모리’ 개발

2012년 08월 20일

 

‘플래시메모리에 데이터 저장하기 식상하시죠? ‘DNA 메모리’에 책이나 사진을 담아보세요. 무제한 용량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광고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 연구진이 책 한 권을 ‘DNA 메모리’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 조지 처치 교수팀은 처치 교수가 올해 10월 출간할 합성생물학 책 ‘재생(Regenesis)’의 모든 내용을 DNA 염기서열(시퀀스)로 이뤄진 ‘DNA 메모리’로 바꾼 뒤 3개월 뒤 이를 다시 해독해 책을 읽는 데 성공했다. 이 내용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 17일자에 실렸다.

DNA는 뉴클레오티드(당-염기-인산으로 이뤄진 구조체) 수백 만 개로 이뤄져 있다. 이론적으로 뉴클레오티드 하나당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2비트. 염기 4개 중 A(아데닌)와 C(시토신)는 0으로, G(구아닌)와 T(티민)는 1로 나타낼 수 있다.

처치 교수의 책 ‘재생’에는 글자 수가 5만3400개, JPG 형태의 그림이 11장 들어 있어 데이터 용량이 527만비트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를 527만 개의 0과 1로 전환해 DNA로 바꾼 뒤 이 DNA를 마이크로칩 위에 배열해 ‘DNA 메모리’를 만들었다. 이는 지금까지 시도된 ‘DNA 메모리’ 용량의 1000배에 이른다.

연구진은 또 ‘DNA 메모리’를 4도로 3개월 동안 보관한 뒤 다시 DNA 메모리에서 책 내용을 복원하는 데도 성공했다.

DNA 1㎣로는 100만기가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DNA 4g만 있으면 연간 생성되는 전 세계 디지털 데이터를 모두 저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플래시메모리 등 기존 저장 매체보다 저장 밀도가 높고 CD나 DVD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다는 점을 ‘DNA 메모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DNA 메모리’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DNA를 합성하고 해독하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고 DNA를 장기 보존하는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