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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로 배양육 만드는데 성공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전염성 높은 가축의 급성전염병이다. 치사율이 5~55%에 달한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조직배양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이 이용되고 있지만 커다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발굽이 2개인 소와 돼지 등 우제류에서 나타난다.

▲ 구제역은 돼지와 소 등 발굽이 2개인 가축에서 발생하는 A급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00만 마리가 도살 매장되었다. ⓒ미국농무성
세계동물보건기구(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에서는 가축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로 지정했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여 무리에서 한 마리가 감염되면 가축 모두에게 급속하게 감염된다. 따라서 감염된 가축과 접촉된 모든 소를 도살 처분하거나 매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1934년 처음 발생했다.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혔다. 2001년에는 영국에서 발생하여 유럽•동남아•남미 등지로 번졌다. 2011년 한국에서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무려 300만 마리의 가축이 매장되었다.

이로 인해 고기 값을 비롯한 관련 물품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었다. 구제역 피해는 가축농가에서 소비자인 국민들에게까지 번져나갔다. 그렇다면 이런 구제역 공포에서 벗어나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NASA 우주비행사, 배양된 칠면조 고기 먹어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 등은 배양육(cultured meat)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산삼주스를 배양해서 팔듯이 배양육은 맛 있는 소의 근육세포를 탯줄에서 떼어내 줄기세포와 섞어서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것이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1년 이후 미국의 NASA는 우주선에서 칠면조 고기를 배양해 우주비행사들에게 먹이고 있다.

배양육은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감자 1kg을 경작하는 데 물이 1천 리터가 필요하다면 고기 1kg에는 100배의 물이 필요하다.

소를 죽이지 않고 소고기를 실컷 먹는 일이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입증되었다. 소를 농장에서 사육해 고기를 얻는 대신 실험실에서 쇠고기를 배양해 먹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팀이 소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인조 쇠고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0월이면 인조 햄버거 나와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대학(Maastricht University)의 생리학자 마크 포스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학술대회에서 소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쇠고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골프 공 크기만큼의 소량을 배양했는데 가을까지는 햄버거를 요리할 크기만큼의 인조 쇠고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먼저 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 접시에서 키우면서 적절한 조건을 줘 근육세포로 만들었다. 줄기세포는 생명체의 모든 종류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다. 조건에 따라 근육세포나 뼈 세포, 지방세포 등 다양한 세포로 자라난다. 그 다음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영양소를 주입해 근육세포를 고깃덩어리로 키운다.

농장에서는 좋은 육질을 위해 소를 적당히 운동시킨다. 실험실에서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진짜 고기 같은 질감을 살리고 더 많은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해 근육세포에 전기 자극을 줬다. 전기 자극을 받으면 세포가 수축하면서 더 쫄깃해진다. 지방 줄기세포도 별도로 배양해 근육세포에 섞을 예정이다.

온실가스 염려한 독지가 지원으로 연구 시작돼

▲ 앞으로 인조 쇠고기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쇠고기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위키피디아
이 인조 고기 생산에는 연구비 약 20만 파운드(약 3억5천700만원)가 들었다.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소의 사육 두수(頭數)를 줄이기를 바라는 한 개인 독지가의 지원으로 6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축의 방귀나 트림에 섞인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5~24%에 이른다.

자연 상태에서 소나 돼지가 풀과 곡류를 섭취해 만든 영양소를 단백질로 전환하는 효율은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험실에서는 이를 50%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주장이다.

한편 도살하는 동물을 줄일 수 있어 동물보호주의자와 채식주의자들도 실험실 고기에 대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10년 뒤쯤 줄기세포 쇠고기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96%, 에너지 45% 줄일 수 있어

지난해 6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재래식으로 키워 생산하는 고기와 비교할 경우 시험관에서 배양된 고기는 온실가스 방출을 96% 낮출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45% 줄일 수 있으며, 물 사용량도 96%나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의 패트릭 브라운 교수는 “단연코 축산은 지속적인 글로벌 재앙”이라면서 “축산업은 믿기 힘들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며, 수천 년간 근본적인 것이 변하지 않은 비효율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의 과학이 10만년이 넘게 지속된 인류의 농업문화를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있다.

김형근 객원기자 | hgkim54@naver.com

저작권자 2012.03.21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