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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법원, 뇌사상태 영아에 존엄사 판결

연합뉴스 기사전송 2012-08-01 16:59

"생명 연장이 능사 아니다"…부모는 인공호흡기 유지 희망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영국 법원이 부모의 반대를 물리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영아에게 존엄사를 인정해 화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고등법원이 뇌사상태에 빠진 1세 남자 아기의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보도했다.

이 아기의 부모는 종교적 이유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끝까지 거부해왔다.

마크 해들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아기 부모의 종교적 신념을 인정하면서도 의료기기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해들리 판사는 "모든 인간에게 불가피하게 찾아오는 '죽음'이 없다면 삶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인간 정신의 근저에는 '좋은 죽음'을 맞고 싶은 열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존엄사와 연명치료중단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이 환자 본인의 의견이지만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영아의 '죽을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아기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뇌사에 빠져 있었으며 ▲부모나 간병인의 목소리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전문가의 판단을 존엄사 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아기는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지만 지난 5월 사고를 당해 회복 불가능한 뇌 손상을 입었다. 의료진도 아기에게 "살고자 하는 인간적 본능이 더는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해들리 판사는 오랜 고심 끝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이 아기를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아기 부모에게 깊은 동정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환자의 의식 회복 가능성이 없으면 의료진이 가족의 동의하에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연명치료 중단을 반대할 때는 법원이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합당한지 판결한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의료진은 아기의 연명치료 중단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chopark@yna.co.kr

자료출처 : http://news.nate.com/view/20120801n26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