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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믿을 만한가?

보건복지부가 연말까지 제대혈은행들을 상대로 운영상태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9만여 명의 제대혈을 보관 중인 업체 히스토스템이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운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복지부는 업체들이 제대로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법 위반 사항이나 부실 관리가 확인되면 시정명령 등의 처분도 내릴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모두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국내 18개 제대혈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제대혈은 올해 6월 기준으로 49만7095개.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부실관리가 드러나면 파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제대혈의 효과에 대한 논란도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제대혈은 임신 중에 아기에게 영양분과 항체 등 성장에 필요한 성분을 전달하는 통로다. 출산할 때 아기의 배꼽에 붙어 있다. 1980년대 말 제대혈에 조혈모세포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관심이 폭증했다. 제대혈은 골수보다 채취하기가 쉽다. 몸에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도 적다. 백혈병, 골수이형성증후군, 골수증식증후군, 림프증식성질병에서 치료효과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심장병, 간 질환, 척수 손상, 파킨슨 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까지 나오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미래에 아플 때를 대비해 100만 원 안팎의 비용을 내면서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효과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의 범위나 성공도가 기대치보다 낮다는 것이다. 미국골수이식학회가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해 치료를 한 비율은 0.04%에 불과했다. 한 연구에서는 이 비율이 0.005%까지 낮게 나왔다. 20만 명 중에 한 명 정도만 보관했던 제대혈을 쓴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제대혈이 오히려 효과가 높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백혈병 환자의 경우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이식하면 몸 안의 병든 세포를 공격한다. 그러나 자신의 제대혈은 같은 몸에 속해 있는 병든 세포를 덜 공격한다. 재발률이 높을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자기 제대혈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것보다 기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수 서울대 보라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서울시제대혈은행장)는 “우리나라는 자기 제대혈 보관 건수가 기증 건수보다 3배가량 높다. 해외와는 다른 현상이다. 기증이 활성화될수록 개개인에게 맞는 제대혈을 찾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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