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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피부 추출 세포로 난자 배양… 새끼 출산 성공

한국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2-10-05 21:06 최종수정 2012-10-06 23:25

 

日교토대 연구팀 "불임 해소 획기적 연구"
"윤리 어긋나" 평가 갈려… 생명논쟁 격화 전망도

일본 교토(京都)대 연구팀이 쥐의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이용해 만든 난자를 암컷 쥐에 주입해 새끼 쥐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에게 적용하면 불임 해소의 길을 열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라는 평이 나오지만 정상 관계를 통하지 않고 생명을 잉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도 거세다.

5일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토 미치노리(齊藤通紀) 교토대 교수팀은 암컷 쥐의 피부에서 추출한 iPS세포로 원시생식세포(정자와 난자가 되기 직전의 선조 세포)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다른 암컷 쥐의 태아에서 추출한 난소 체세포와 함께 배양한 뒤, 성숙한 암컷 쥐의 난소에 이식해 난자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든 난자 163개를 수컷 쥐에서 채취한 정자와 체외수정한 뒤 다시 암컷 쥐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암수 3마리의 새끼 쥐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성공률은 1.8%로, 보통 난자의 체외수정을 통한 출산율(12.7%)에 비하면 낮은 편이었지만 iPS세포를 통해 쥐를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암컷 쥐들이 보통 쥐와 교배해서도 새끼를 낳았으며 iPS세포를 통해 태어난 2ㆍ3세 새끼들도 정상적인 생식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iPS세포와 같은 능력이 있는 배아줄기(ES)세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새끼 쥐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5일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사이토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이번 실험을 응용할 경우 정자 수가 적은 남성이나 난자를 생성할 수 없는 여성도 자신의 피부 세포에서 얻은 유전자로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쥐의 iPS세포를 이용, 인공 정자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새끼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사람에 적용하기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사람과 쥐의 iPS세포는 성질이 다르며 사람의 원시생식세포는 쥐의 원시생식세포보다 구조가 훨씬 복잡하다. iPS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상처가 날 가능성도 있다.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iPS세포를 통해 정자와 난자를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극단적으로는 남성으로부터 정자와 난자를 모두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여서 심각한 윤리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사람의 iPS세포 등으로 생식 세포를 만드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수정은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윤리전문가인 이다 류이치(位田隆一) 일본도시샤대 특별객원교수는 "향후 사람의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날이 올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금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