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2호]지식의 폭을 넓히고 지혜를 쌓기 위하여

 

 

 

지식의 폭을 넓히고 지혜를 쌓기 위하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김명희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더위가 가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우리 곁에 왔다. 하늘도 맑고 그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도 예쁘다. 맑은 하늘만큼이나 내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가 더위로 혼미했던 정신을 깨운다. 예전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여 백일장 및 독서 관련 행사가 많았다. 그렇다면 가을은 왜 유독 독서의 계절이라 불릴까? 사실 책 판매량만 살펴보면 가을에 오히려 책 판매량이 줄고, 여름에는 약 15% 정도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 아니고 가을이 된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와 알맞은 습도의 쾌적한 공기 덕분에 책을 읽으면 머리에 쏙쏙 더 잘 들어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20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성인 중 1년간(2018.102019.9) 일반도서(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 제외)를 한 권 이상 읽은 성인은 55.7%(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이며, 이들은 평균 7.5권을 읽었다. 반면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초··고 학생은 91.9%이며, 이들은 평균 41.0권의 책을 읽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책을 가까이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일 것이다. 이 유묵은 우리에게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는 독서에 관한 명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문자라는 도구를 가지고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여 후대에 전달하고, 지식과 기술을 서술하여 공유함으로써 지식의 축척이 가능하고 기술의 발전이 가능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독서를 해야 하는가? 첫째, 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독서는 근력 키우기처럼 뇌를 자극해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 책을 통한 학습이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정보 처리와 분석, 이해, 기억, 상상 등 다양한 영역을 발달시킨다. 둘째,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영국의 한 연구진은 독서 관련 연구에서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했고, 심박 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독서는 인지행동 치료에 이용되는데, 그 치료법의 이름은 독서요법(Bibliotherapy)’이다. 독자는 문학작품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인물을 만나고, 그 인물이 그런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읽게 된다. 그 경험을 통해 독자(또는 환자)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이외에도 책을 통한 간접 경험, 지식의 축적 등등 독서를 통한 이득은 실로 셀 수 없이 많다.

IT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AI를 탄생시켰고, AI는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은 환대·관리·창의 기술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기술은 깊은 공감 능력(환대)이나 능력계발과 성장 지원(관리), 새 지식·지혜 촉진 및 새 아이디어 구현(창의)을 중심으로 하기에, 깊은 사유능력을 지닌 인간만이 가능하다. 깊은 사유능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바로 독서이다.

독서는 옳고() 그름()에 대한 깊은 사유가 가능하게 하여, 스스로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안중근 의사가 강조한 바와 같이 매일 매일 책을 가까이하여 독서가 습관이 될 때 깊은 사유는 자연스럽게 저절로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책을 읽는 습관은 업무에 필요한 지식의 폭을 넓히고, 일상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도 쌓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책에서 멀어진 직원들이 있다면 좋은 책 한권 읽기를 권해본다.

 

 

 

첨부파일
이미지 다동생각12호-최종.jpg (5.00MB / 다운로드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