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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브레이크뉴스]생명윤리부터 전인치유까지 국내 최고 권위자 박상은 효산의료재단 안양샘병원 의료원장 / 박상은 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허성수 기자  2015/04/27 (http://gg.breaknews.com/sub_read.html?uid=13349)

 

 

 

안양이 경기남부지역의 거점 도시로 발전했지만 그래도 덜 삭막한 것은 샘병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안양샘병원은 말 그대로 광야의 샘물 같은 역할을 하는 안양지역의 거점 병원이다. 뿐만 아니라 안양샘병원은 요즘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의 중소도시 병원이 전국구 브랜드로 도약한 비결은 뭘까? 그 해답은 박상은 의료원장에게서 찾을 수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원장은 의료계는 물론 생명윤리와 관련한 학계와 단체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또 이달 7일에는 제43회 보건의 날을 맞아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고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자주 그의 이름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안양샘병원의 위상도 동반상승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양시를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본지는 17일 오전 안양샘병원을 방문, 박상은 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낙태로 죽는 태아 보고 생명윤리공부

 

 -최근 정부로부터 보건의 날을 맞아 국민포장을 받으셨는데 축하드리며 어떻게 해서 영예의 훈장을 받게 되셨는지? 


“저도 포장을 받게 된 과정을 잘 알지 못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추천으로 국민포장을 받았는데 한 영역에서 15~20년 이상 해야 주어지는 것이어서 제가 안양샘병원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며 의료발전에 기여한 것과 생명윤리에 대한 공적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산 장기려 박사의 호를 딴 성산생명의료윤리연구소와 낙태반대운동연합의 창립에 동참했고, 의료윤리학회, 생명윤리학회에서 역할을 한 것도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 또 북한을 드나들고 아프리카를 1998년부터 왕래하는 등 15년 넘게 국제협력분야에서 활동을 한 것도 포함됐는지 모르겠습니다.”

 

 

▲ 아프리카 아이를 안고 함박웃음을 짓고있는 박상은 의료원장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하시는데 거기가 어떤 곳입니까?
“굉장히 중요한 기구인데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올해 10년이 됐지만 교육부총리를 포함해 장관 6명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그중 보건복지부장관이 간사위원을 맡는 등 상당히 격이 높은 대통령 자문기구입니다.

 

그 밖에 시민ㆍ종교·여성단체 7명, 과학·의학계 7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생명문제가 어느 한 부서에서 담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주제여서 황우석 교수 사태를 겪은 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있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배아연구, 유전자 검사 치료가 이슈였고, 최근에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지금은 4기 위원회로서 좀 더 보편적인 생명의 존엄성을 다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살문제나 생명존중헌장 같은 것을 다뤄 국민이 알고 실천해야 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잡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신 것은 기독교 신앙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저의 아버지가 목사님이셔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정적인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고교 1학년 때 세상을 떠나셨는데, 심장 판막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그 때 저는 연약한 인간에 대해 생각하며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생명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인턴을 할 때였습니다. 소파수술로 태어나기 전에 죽임을 당하는 아기가 많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관심을 갖게 됐죠. 그 후 해외연수 기회를 얻어 미국 세인트루이스의과대학에서 생명윤리 연구원으로 2년간 연구했고, 커버넌트신학교에서도 기독교윤리학을 깊이 공부했습니다. 

 

임상의사로서는 생명윤리를 제대로 공부한 분이 없는 상황에서 1996년 국내로 돌아왔는데 마침 인간배아 문제가 터지면서 그 후 저 나름대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았는데 너무 많은 생명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제 세월호 참사 1주기였는데 라디오방송 뉴스를 들으면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1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게 없어 자괴감과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은 배의 물리적인 부분보다는 생명을 경시한 데서 화를 자초했다고 봅니다. 

 

생명보다는 돈, 생명보다는 권력을 우선시한 결과가 304명의 생명을 잃게 한 것입니다. 평형수를 담았어야 할 곳에 컨테이너를 많이 실었고, 그렇게 개조한 배를 인도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책임자들이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밝혀졌습니다. 

 

이제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생명존중헌장을 만들게 되면 어린이집, 초·중·고, 대한노인회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주기에서 생명존중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생명존중헌장을 통해 그 나이에 맞게 적절한 생명윤리교육이 가정에서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전과 다르게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문화가 회복돼야 합니다.”

 

◇식물인간이라도 연명치료 당연해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데도 불구하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을 때의 심정은.
“내과의사는 외과의사처럼 수술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드라마틱한 쾌감을 맛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저는 심장내과 전문의 아닙니까. 

 

평생 환자의 아픔을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기 신부전증 환자의 경우 임종까지 곁에 같이 있어 주는 게 의사의 사명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치료를 잘해도 영원히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환자가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죽음 너머 천국에 진입하는 것으로 인생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죽음이 없으면 인생을 완성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을 때 인생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절대자의 도우심을 간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막을 수 없을 때는 죽음을 수용하고 또 다른 희망을 안겨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의 소생할 가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를 계속 연명시키면서 치료하는 것이 타당한지 윤리적으로 논란이 많은데 안락사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와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상태’는 천지 차이가 있습니다. 뇌사 상태는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죽음에 이르는 마지막 과정입니다. 보름이든 한 달이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어도 계속적인 생명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뇌사는 죽음이라고 보고 본인 뜻에 따라 장기 기증을 하는 등 마지막 삶의 과정을 의미있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식물인간은 다릅니다. 얼마 전 식물인간 상태의 병사가 깨어나서 자신을 구타한 고참병들을 기억하고 처벌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식물인간 상태는 최종적인 죽음이 아닙니다. 1~2%의 소생 가능성이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모든 장기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뇌사가 아니라면 포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식물인간도 치료와 돌봄의 대상입니다. 안락사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효율성이나 공리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어도 생명은 절대가치의 영역입니다. 다수결이나 효용성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48년간 안양지역 거점 공공병원 역할 수행 
-샘병원이 1967년 설립된 안양의 1호 종합병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대형병원들이 들어와 경쟁하고 있는데 샘병원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면. 


“효산 이상택 회장님과 황영희 이사장님은 이곳이 원래 고향이 아니었음에도 군의관 복무를 위해 안양에 오셨다가 당시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어 조그만 의원을 설립하고 정착하신지 48년이 되었습니다. 효산의료재단 안양샘병원은 희로애락을 지역과 함께 한 병원, 안양권역 역사와 함께 한 병원으로서 그런 의미에서 지역거점 병원입니다. 

 

그 동안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랐죠. 안양은 도·시립병원이 없는 지역입니다. 안양권역에서는 공립병원이 없어 안양샘병원과 군포G샘병원이 도·시립병원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환자와 소외계층, 행려병자는 딴 데서 잘 안 받아줍니다. 

 

우리는 영세민 환자들을 받아주고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공공병원으로서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특화된 전문분야를 개척했는데, 암센터와 관절전문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또 심장센터, 뇌혈관센터도 만들었습니다. 심장과 뇌는 생명과 직결됩니다. 뇌출혈 환자는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서울로 후송해서 생명을 살리기는 어렵습니다. 

 

심장센터와 뇌혈관센터를 운영하며 골든타임에 치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센터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특히 해외환자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1만2000명이 다녀가는 등 해외환자 유치 1~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전문성을 살리니까 글로벌병원으로 도약했습니다. 우리는 더욱 발전시켜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세계 최고병원이 되겠습니다. 

 

통합의료와 전인치유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2014년 이집트 버스 폭탄테러 등으로 전인치유가 필요한 환자들을 저희가 담당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를 나가서 피랍됐다 돌아온 분당샘물교회 21명의 교인들이 여기서 2주 동안 입원해 상담과 치료를 받고 치유돼 나갔습니다. 세월호 생존자 가족들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함께 울어가면서 보듬어야 할 의료 대상입니다. 제 환자 남편이 세월호 조리사였는데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돈가스 300명분을 튀기다가 배가 침몰하면서 펄펄 끓는 기름을 뒤집어쓰고 화상을 입은 채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선장과 승무원들이 탈출하면서 주방 구석에 쓰러져 있는 조리사를 보고도 내버려두고 나왔습니다. 생명윤리에는 정의의 원칙이 있는데 어린이나 노약자와 환자를 먼저 구출해야 하는데, 그것을 어긴 것입니다. 그 조리사는 나중에 마지막 실종자로 세 번째 발견됐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보고 몹시 상처를 받은 그 부인을 우리가 치료했지요.” 


박 원장은 1958년 생으로 1982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신의대 신장내과 교수, 미국 세인트루이스 의대 생명윤리센터 교환연구원, 미국 미주리주립대 신장내과 교환교수를 거쳐 2001년 안양샘병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국누가회 회장과 이사장, 대한기독병원협회장, 생명윤리학회 및 투석전문의협회 부회장, 의료민간단체협의회 초대회장을 지냈고, 현재 고려대 및 성균관대 의대 외래교수, (사)경기국제의료협회장, (사)아프리카미래재단 상임대표, (재)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이사장도 맡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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