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3호] 낙화(洛花), 박수칠 때 떠나라

2210-국가생명윤리정책원-다동생각-23호최종.jpg

 

낙화(洛花), 박수칠 때 떠나라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김 명 희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이형기 시인의 낙화(洛花)’의 한 구절이다. 제목을 모른다고 할지언정, 이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인은 꽃이 필 때 만이 아니라 떨어지 순간에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씨가 맺히고 과실이 달리는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한다.

지난 729, 기획재정부의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새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상정·의결한 후, 많은 공공기관이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혁신안을 마련하고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 정책원도 예외는 아니다. 가이드라인은 2022년도 하반기 경상비를 10% 절감하도록 하고 있으며 2023년도에도 경비 절감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많지 않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우리 정책원의 경우 사무실 임차료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비 절감을 위해 그동안의 예산 사용과 앞으로의 우리 사업을 들여다 보니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임차료 밖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으로 생각이 되어 부득이 임차료 절감을 위하여 사무실 이전을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많은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헤쳐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가장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시기가 정책원의 가장 아름다운 뒷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는 역사의 한 흐름에 있다고 생각한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아름다운 꽃이 떨어져야 한다. 씨로 또는 열매로 되어 다음 해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기 위해 꽃은 지는 것이다. 하나의 꽃이 떨어져 더 많은 수십개 때로은 수백개의 씨가 되어 더 많은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다. 꽃이 지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한 토막, 한 토막으로 나누어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정책원의 역사도 끊어서 볼 수는 없다. 지금 이 어려운 상황은 언제인가 돌아보면 정책원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 순간, 작은 쉼표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정책원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쉼표, 이 쉼표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의 한 장면이었음을 미래에 우리가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정책원의 삶 속에서도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고 오늘 하루, 내일 또 하루를 살기 위한 힘든 몸짓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의 삶의 모습은 고단하다. 그러나 1, 2, 그리고 10년이 흐른 후 그 고단함은 정책원 역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2015년부터 근 8년을 보낸 이곳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고 떠나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진 이들이 되어야 할 때다. 오늘 하루 수고한 나에게, 앞으로 더 나은 정책원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를 위해 박수치며 새로운 곳으로 아름답게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자.

 

 

첨부파일
이미지 2210-국가생명윤리정책원-다동생각-23호최종.jpg (3.86MB / 다운로드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