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8호] 다시 푸른 5월이 되기 위해서

2204 국가생명윤리정책원-다동생각 18호(최종).jpg

 

 

다시 푸른 5월이 되기 위해서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 김명희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들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 어릴 적, 5월이면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던 어린이날 노래이다. 윤석중 작사가가 어린이 해방가 삼아 어린이날 노래를 지었단다. 추운 겨울에서 해방되듯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그 어느 계절보다 푸른 녹색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기이다. 5월이면 하늘도 푸르고, 들판도 푸르고, 냇물도 맑아 5월 어린이날 노래가 연상되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금 5월의 하늘과 냇물에서 더 이상 푸른 색을 찾기 어렵다. 왜 노래 가사처럼 5월의 하늘과 들판은 푸르지 않을까? 냇물은 맑은 물소리를 내며 달리지 못하게 된 것일까?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선물하였다. 덕분에 우리는 역사 속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20224월 기준으로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우리나라 자동차는 약 2,041만대에 달한다. 2020년 기준 성인 인구는 약 4,158만명인데, 우리나라 성인 2명 중 1명은 차를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는 ‘3보 승차라는 말을 창조했다. 3걸음 이상 걸어갈 거리라면 차를 타고 다닌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자동차라는 편리한 도구 덕분에 시간을 절약하여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점은 불편한 사실이다.

지구를 지구으로 하나의 생활 공동체로 만든 공로자인 비행기는 어떨까? 이제 코로나 제재도 완화되었는데 런던행 비행기를 예약해볼까?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면,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경험을 그대로 재현할 수도 있다. 여기에도 숨은 불편한 사실이 있다. 비행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4%에 달하고, 그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배달 음식은 어쩌면 운명인 것 같다. 그린피스 발표에 따르면 일회용 도시락 용기와 같은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하루 평균 13.7%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3,348개의 섬에 매달 쌓이는 828톤의 해안 쓰레기 중에서 71%는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면적의 7배 이상 달하는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island)의 존재는 우리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소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비행기 이용을 통한 편리함은 우리에게 푸른 하늘과 들판을 앗아갔고, 플라스틱의 과다 소비는 냇물과 강물, 그리고 바다를 오염시켜 깨끗한 물을 앗아가고 있다. 결국 우리는 삶의 편리함을 유지하는 대가로, 자연의 푸른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C. Darwin)은 기후변화로 인한 열대우림의 감소와 넓은 초원의 증가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인간이 넓은 초원과 같은 푸른 들판을 걷고 보는 것은 인간의 존재 자체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의 삶이 편리해지고 풍요로워졌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푸른 하늘과 들판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기술의 한계가 있다. 우리의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 한, 푸른 하늘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회색빛이 되고, 푸른 들판에는 건물로 채워지고, 맑은 물에 플라스틱이 쌓여가는 현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편리한 인간의 삶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떠올리며, 삶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는 5월이 되면 좋겠다. 5월을 맞이하여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며 자연의 그 푸르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진정 푸른 하늘과 들판을 노래하는 5월을 기대하며, 우리 함께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20225, 조금은 불편한 삶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정책원 직원이 되길 바란다. 다음 세대인 어린이가 살아갈 푸른 하늘과 들판이 가득한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하여!

 

 

첨부파일
이미지 2204 국가생명윤리정책원-다동생각 18호(최종).jpg (5.77MB / 다운로드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