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0호] 작은 것을 실천하여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

다동생각10호-최종(축소).jpg

작은 것을 실천하여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김명희

 

추석(秋夕)은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춘조월 추석월(春朝月 秋夕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추석을 일컫는 순 우리말인 한가위크다는 뜻의 음력 8월 또는 가을의 한가운데를 의미하는 가위가 합쳐진 우리 고유의 말이다. 그러하기에 한가위음력 8월 또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고 의미를 풀이할 수 있다. 또한 한가위에는 1년 중 가장 밝은 달이 뜨기 때문에,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며 꽉 찬 보름달처럼 모든 것이 완성되기를 꿈꾼다.

 

한가위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덕담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이다. 아마도 이 시기가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 새 농산물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풍족해지는 계절이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변함없이 논과 밭에서는 햇곡식과 햇과일이 익어가고 있다. 봄이 되어 싹을 틔우고, 여름이 되어 꽃을 피우더니, 한가위를 앞둔 이 가을에 그 열매까지 내어주는 자연의 이치에 감사한 마음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러나 자연이 모든 것을 내어주어 풍요롭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인간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간으로 인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고,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감염 상황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이념 대립과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매일 매일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급변하는 환경에 부딪히며,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간의 사회가 혼란과 격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곡식은 익어가고 과실들은 여물어가며 둥근 보름달은 이미 차오를 준비를 하고 있어, 머지않아 한가위를 맞이할 것이다. 올해 한가위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흩어진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여, 맛있는 명절 음식도 많이 준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가위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이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마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던 그 넉넉한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이 마음으로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가위를 준비하는 넉넉한 마음의 핵심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기 바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고 달려가고, 이들과 함께 먹기 위해 풍성한 음식을 준비하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는 비록 예전처럼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함께 이야기하며 음식을 나누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 마음을 담아 이 시기에 작은 행동으로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객지에서 생활하는 자녀가 코로나 19에 감염될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께 전화 자주하기, 부모님께 햇과일 보내드리기, 이에 더하여 용돈도 넉넉히 보내드리면 더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메일이나 간단한 문자를 통해 안부 묻기, 코로나 19의 최전선에서 애쓰고 우리 의료인과 공무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보내기, 커피 좀 덜 마시고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하기 등 함께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작년에 이어 올해 한가위도 코로나19로 인해 시끌벅적한 명절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기룡 시인이 꿈 꾼 것처럼 황금물결 속 가을들녘, 가족이 함께 하는 행복한 풍경과 함께 보름달 아래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가위가 되기를 바라본다. 멀리 떨어진 가족과 함께 하는 한가위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정책원 식구들이 누구든 혼자라고 느끼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를 실천하는 넉넉한 인심과 인정을 갖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팔월 한가위

 

반기룡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 반가이 영접하고

황글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 친척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 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지라도

슬며시 옛 추억과 동심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의미 있고 소중한

팔월 한가위이었으면 합니다

 

첨부파일
이미지 다동생각10호-최종(축소).jpg (3.21MB / 다운로드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