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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나' 로부터 시작되는 함께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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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터 시작되는 함께하는 힘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김명희

 

1987년 이후, 우리 현대사에서 6월은 민주항쟁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아주 특별한 달이 되었다. 우리 사회운동은 6월 민주항쟁 전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민주항쟁 이후 사회운동은 여성, 환경, 인권, 자치 등 다양한 부문에서 훨씬 더 제도화되고 체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민주항쟁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원동력은 바로 시민의 함께하는 힘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삶을 공동성으로 설명한다. 공동성은 조에(zoē)와 비오스(bios)로 구분된다. 조에(zoē)는 생물학적 삶으로 목숨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함께 사는 것이다. 조에는 인간만 아니라 동물도 가지는 특성이다. 반면, 비오스(bios)는 공통의 과제, 비전, 업무를 논쟁과 토론의 공간에 회부하고, 이를 논의하는 인간이 서로 함께 이루어가는 정치적 삶을 말한다. 인간은 단순히 함께 먹고 살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라, 서로 합의와 설득을 이루어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중받는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인간과 같이 공통의 문제를 이성과 언어를 통해 풀어나가지 못한다. 육체가 죽어도, 즉 조에가 사라져도, 영원히 존재하는 불멸의 생명(정치적 생명)이 바로 그리스인들이 추구하던 인간적 삶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을 정치로 보았다. 고대 그리스인이 추구한 인간적 삶으로서 비오스는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말과 이성을 통해 서로 소통과 협력하고 갈등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인간은 동물과 달리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구상에서 고도의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비오스가 바탕이 된 정치적 삶, 즉 함께하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함께하는 힘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로부터 시작되는 우리이기에, 그 시작 역시 자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성실하게 해낼 때, 비로소 함께하는 힘이 시작되고, 우리로 성장하는 것이다. 톱니의 맞물리는 힘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톱니바퀴는 단 하나의 톱니도 어긋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내 몸의 60조개 세포 중 어느 하나도 이상 신호도 보내지 않을 때 건강하다. 이처럼 우리 하나 하나가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는 함께하는 것이고, 우리의 공동체는 안정화되고 발전한다.

 

1980년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함께 지금의 민주주의를 완성하였다. 우리 정책원도 마찬가지이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기에 설립 당시 보다 10배 이상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는 한 사람이었지만, 함께 힘을 합쳤기에 가능하였다.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힘을 긍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하는 것, 신호등을 지키는 것은 나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과 유사한 소확횡(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이라는 말이 있다. 소확횡은 일상화된 아주 작은 잘못이지만 분명 잘못은 잘못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부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행이라는 이유로 나의 작은 잘못을 정당화시키거나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소확횡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함께하는 힘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만약 100%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책원에서 소확횡이 발생된다면, 이는 국민에게까지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를 업으로 하는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나는 항상 우리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기에 나의 일이 더욱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오늘도 정책원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해내고 있는 우리 직원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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