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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신축년(辛丑年) 비우고 나누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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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辛丑年), 비우고 나누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김명희

 

지난해는 우리 모두에게 참 힘든 한해였습니다. 드디어 신성한 기운을 가진 흰 소의 해인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맞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일 것입니다. 어떤 이는 금연을 다짐하고, 어떤 이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새해 계획은 우리 삶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할 것입니다. 저 역시 신축년을 시작하면서 나는 올 한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을 좋아합니다. 일상으로부터 해방감과 새로운 환경의 경험,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 등등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배우기도 합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짐을 쌉니다.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고 유용한 것만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도 약간의 옷가지, 세면도구 등 최소한의 것만으로 생활을 합니다. 휴양지 콘도로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밥그릇, 국그릇, 수저 약간의 조리도구, 이불 등 최소한의 용품으로 충분히 며칠을 지내다 옵니다. 제가 그때 마다 느끼는 것은 평소에 나는 필요 이상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고 있구나!! 필요 없는 것에 대한 욕심들로 나의 일상과 나의 마음을 채우느라 피곤하고 힘든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도 지구상의 한편에서는 넘치도록 마시고, 먹고, 누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굶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살아야 하고, 무엇이든 부족하며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생활고를 겪습니다. 환경문제, 식량 문제 등 지구 상 거의 대부분의 문제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소유하려고만 하고 나누지 못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체 부()80%를 점유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처럼, 일부가 대부분의 자원을 소유하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갈등과 대립하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지금 여기, 이 지구상에 공존하는 우리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기 위해서는 잘살아야 합니다. ‘잘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저는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다 같이 잘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잘살아야 인류의 발전은 지속 가능합니다. 함께 잘살기 위해서 우리는 비우고 나누는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나누는 것은 비우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내 것을 비워야 남에게 나눌 수 있으며 또 남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내 것을 채우려고 하면 채우려고 할수록 나는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어 고립무원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샘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많은 물이 고이고 물도 깨끗해지고 맑아집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내 안의 것을 비워내고 나누어야, 내 안의 공간이 커져 더 많은 것을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나누는 것이 꼭 물질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질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마음을 나누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서로 걱정하고, 염려하며 함께 해결하려고 힘을 모으는 것도 역시 나눔입니다. 이 또한 나를 버리고 떠날 때 가능한 일입니다. 내 입장만 생각하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나를 떠나 다른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 또한 비우고 나누는 일일 것입니다.

내가 소유한 것들을 줄이고 필요한 물건만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라고 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소유물을 무조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최적의 것들로 생활하고 함께 나누고 비우는 삶은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해를 맞아 내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함께 생각해봅시다. 우선 나부터 비우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면서 다시 채워가는 삶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비록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이 월든 호수 근처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법정 스님의 "사랑한다는 것은 곧 주는 일이요, 나누는 일이다. 주면 줄수록, 나누면 나눌수록 넉넉하고 풍성해지는 마음이다."라는 말씀처럼 비우고 나누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2021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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