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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반발 속에 자폐증 유전학 프로젝트 중단

인간대상연구

등록일  2021.09.30

조회수  81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자폐증)에 대한 영국의 대규모 유전학 연구가 자폐 커뮤니티(autism community)와 연구 목표에 대해 적절하게 협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라 잠정 중단되었다. 이 연구에 대한 또 다른 우려에는 자폐증을 '치료'하거나 근절하려는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데이터가 오용될 수 있다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Spectrum 10K’ 프로젝트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자폐증 연구 센터(Autism Research Centre, 이하 ARC) 이사인 Simon Baron-Cohen이 주도하는 연구이다. Wellcom(런던에 본부를 둔 생물의학 기금 자선 단체)이 후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300만 파운드(원화 약 49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로 영국 내 최대 규모의 자폐증 관련 유전자 연구이다. 이 연구는 자폐가 있는 1만 명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정보와 함께 DNA 샘플을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자폐증에 대한 유전적 및 환경적 요소와 간질(epilepsy)이나 장 건강 문제(gut-health problems)와 같이 자폐로 인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연구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 연구에 대해 Simon만약에 우리가 자폐증 환자에게서 왜 이러한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증상의 치료나 관리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824일 이 연구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후,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과 일부 자폐증 연구자들은 Spectrum 10K 프로젝트가 자폐 커뮤니티와 협의 없이 진행되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Boycott Spectrum 10K(Spectrum 10K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단체)는 유전자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고, 이 연구의 이점을 자폐 커뮤니티에 적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반대 단체는 오는 10월 케임브리지의 ARC 건물 밖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 연구에 반대하는 별도의 청원에 5,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영국 켄트 대학 연구원인 Damian MiltonBoycott Spectrum 10K 청원에 서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자폐증의 한 형태인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 연구가 연구 참여자의 복지(wellbeing)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으며, “DNA 샘플을 수집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반대로 인해 Spectrum 10K 연구팀은 910일에 연구를 중단했고, 정신적인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사과했으며,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심도 있는 협의를 약속했다.

 

선별검사(스크리닝)의 두려움

Spectrum 10K가 출범하기 전에도 일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Simon의 연구를 불편해 했다. Simon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자폐증에 대한 '극단적 남성 뇌(extreme male brain)' 이론을 개발하고 대중화 한 사람이다. ‘극단적 남성 뇌이론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패턴을 인식하고 규칙을 고수하는 '체계화'에 더 뛰어나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반면 여성은 공감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Simon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행동은 극단적인 형태의 남성 뇌라고 주장한다.

 

자폐증을 연구하는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심리학자 Sue Fletcher-Watson나는 Simon이 자폐증 이론에 정말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폐증 이론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요소가 있다.”면서 그러한 편견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낙인을 찍으며,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자폐증 사람들의 실제 경험과 매우 상충된다.”고 말한다.

 

자폐증 이론에 대한 반감은 Spectrum 10K가 계획한 유전자 연구에 대한 우려와, 연구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Wellcom을 포함한 많은 자금 지원 기관은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Spectrum 10K의 비판자들은 연구자들이 유전자 데이터를 오용해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원하고 있으며, 혹여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정책이 이러한 보장에 대한 장애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비용과 장벽의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연구성과물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의 대변인이자 Boycott Spectrum 10K 단체의 일원인 Kieran Rose는 이 프로젝트가 자폐증이나 관련 질환에 대한 산전 선별검사(prenatal screening test)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Sue자폐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전자 연구는 끔찍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우생학과 장애에 대한 오래된 역사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Spectrum 10K 웹사이트는 "자폐증 근절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Simon은 그의 연구팀이 우생학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산전 선별검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자폐증의 유전학 기전은 복잡하다. 우리가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유전자에 대해서 이야기할지 라도 자폐증을 출생 전에 진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폐증의 생물학적 기전을 안다고 해도, 자폐증은 행동에 의해 진단되기 때문이다. 자폐증 진단은 출생 후 관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협의 논란

자폐 커뮤니티는 또한 Spectrum 10K 연구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연구가 무엇일지 자폐 커뮤니티에게 자문을 요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자폐증 자선단체인 Autistica는 처음에는 이 연구를 지지했지만, 나중에는 자신들의 지지를 철회했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연구자들 사이에 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AutisticaCEOJames Cusack은 말한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Spectrum 10K 연구팀은 현재 수백 명의 자폐증 환자 및 그 가족과의 협의를 계획하고 있으며, 유전자 데이터 공유를 감독할 대표 위원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Simon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해야 하는 윤리적 이유가 있다면, 그러한 제한 조건을 적절히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Wellcom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포괄적인 연구 원칙에 따라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하고 추가적인 조정 작업을 수행하려는 Spectrum 10K 연구원들의 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에 대한 일시적인 중단은 몇 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다. 한편, 영국의 보건 및 사회복지 연구 규제 기관인 보건연구당국(Health Research Authority, 이하 HRA)Spectrum 10K의 몇 가지 윤리적 우려사항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 조사는 수 주(weeks)가 걸릴 수 있다. HRA의 대변인 Eve HartSpectrum 10KHRA의 허가 없이는 연구를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Sue나는 자폐증 연구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가진 Spectrum 10K 연구팀이 이러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예상해야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그들은 자폐 커뮤니티와의 협의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자폐 커뮤니티의 필요에 맞는 연구를 설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기사: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2602-7

사진 및 관련 사이트: https://spectrum10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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