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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정책원의 길, 가치를 추구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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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원의 길, 가치를 추구하는 삶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원장 김명희

 

11, 벌써 2020년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COVID-19와 시작된 2020년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어색한 관계를 형성하더니, 언제 그 관계의 끝을 맺을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COVID-19 속에서 우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변화를 겪었다. 대면회의만 가능할거라 생각했던 IRB회의는 이제 zoom을 활용한 화상회의가 당연해졌고, 집합 교육만이 교육의 방식이라 생각했던 연명의료결정제도 교육은 온택트(on-tact)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정책원이 늘 하던 업무였지만, 이 업무를 COVID-19 상황에 급하게 적용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이렇게 잘 성장했다. 정책원이 COIVD-19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 기관의 설립목적과도 연결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 변화의 근원은 국민에 대한 책임성이라 생각한다. 이 책임성은 레비나스가 윤리와 무한에서 언급한 책임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책임성이란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성이다. 그러므로 내 문제가 아닌 것에 대한 책임성이다. 얼핏보면 나와 상관없는 것에 대한 책임성이다.”

 

연구부에서 수립되는 다양한 생명윤리 정책은 국민을 위한 것이고,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사무국에서 개최되는 IRB는 연구자를 위한 것이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 평가사업단의 IRB 평가업무는 연구기관을 위한 것이다. 연명의료관리센터의 연명의료결정제도 관련 업무는 대국민 업무로서 그 자체로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가진다. 우리는 이렇게 내 문제가 아닌 것에 대해 책임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내 나이 40, 늦깎이 대학원생으로 학업에 집중할 당시, 지도교수는 나에게 대한의사협회 연구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전혀 매력을 갖지 못했고, 지도교수의 추천을 어떻게 고사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 찰나 명동성당의 신부님이한분이 나를 어떻게 알고 연락이 왔다. 명동성당에서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에 내가 필요하니 와 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그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 자리가 내 자리라는 확신을 가졌고, 통화가 끝날 즈음에 흔쾌히 그 자리에 가겠노라 수락해버렸다.

 

나는 일을 시작했고, 월급도 받았다. 월급은 120만원! 당시 마취과 전문의 월급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누가 보면 적은 월급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신이 났다. 이 일이야말로 내가 가치를 느끼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주변 동료의 질책이 이어졌다. 나 때문에 그들의 업무까지 과중되니, 나에게 120만원의 월급에 맞는 일을 하란다. 나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원성이 자자했다.

 

나의 월급은 명동성당의 교인들의 성금이었고, 나는 그들을 위해 충분히 봉사해야 하는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이고, 그 가치를 따르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정책원이 수행하는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정부를 대신한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우리의 월급은 세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COVID-19 상황은 아무래도 짧은 기간 내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이제 마라톤을 하듯, 꾸준히 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지혜를 기르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 정책원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다. 그 고난을 어려움과 시련으로 종지부를 찍을 지,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지는 내 마음에 달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일이 가치있는 일임을 스스로 안다면 견딜만 하다. 가치의 가치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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