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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연구원장 인터뷰] “원격진료, 의사에겐 興亡의 문제… 환자에겐 生死의 문제”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5082801032912050001


[문화일보] [사회] 파워인터뷰


“원격진료, 의사에겐 興亡의 문제… 환자에겐 生死의 문제”


게재 일자 : 2015년 08월 28일(金)




이윤성 대한의학회장·서울대 의대 교수

이윤성(62)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만나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 국내 과학수사의 현실과 이상,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의 문제, 의료 시스템 개선 방안 등. 그가 그동안 해 왔거나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들이다. 국내 법의학 2세대로서 부검 전문의인 그는 과학 수사계의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고, 올해 3월에는 제22대 대한의학회 회장으로 뽑혀 일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동숭동 서울 의대에서 만났을 때 그는 연구실 컴퓨터로 어딘가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엔 전화로 학교 관계자와 통화를 했고, 또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도중에 전화가 울려서 대화가 몇 번 끊겼다. 그는 무척 바빠 보였다. 그러나 어떤 질문에도 그냥 넘기지 않고 자세하게 답했다. 자신이 속한 의사 조직으로부터 욕먹을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솔직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머리가 좋은 이들이 대개 그렇듯 말이 무척 빨랐다. 간혹 속어(언론에서는 순화해서 전할 수밖에 없는)를 섞기도 했다.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소탈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으나, 동시에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 받으며 살아온 사람 특유의 자신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는 대면 인터뷰 후 이메일로 보충 설명을 요청하자 즉각적으로 명쾌하게 정리된 내용을 보내줬다. 그의 다양한 활동이 자신감과 함께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건물(서울대 의대)에서 수십 년 지냈으니 정 들었겠다.

“그렇다. 1971년 서울 문리대 의예과에 입학한 후 여기서 쭉 지냈다. 군의관, 경상대 교수, 미국 연수 등을 제외하고 40년 이상을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그의 연구실 복도엔 ‘해부학 교실’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복도 오른쪽 끝에 ‘법의학 실험실’이 있다. 선입견 탓인지 뭔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풍기는 듯도 싶었다.

―법의학자로서 우리나라 과학 수사 수준을 어떻게 보나.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는데, 미제(未濟) 사건들을 더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 수사의 어떤 분야는 굉장히 앞서가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부분,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문자메시지 보낸 거 추적하는 것 등을 잘하고 있다. DNA 부분만 해도 조금 아쉽긴 하지만 기술력이 좋은 편이다. DNA는 친자(親子) 감정에 많이 쓰이는데 1940년대는 오류가 40%쯤 됐는데 70년대 후반에는 1% 정도였고 지금은 0.0001%라고 한다. DNA는 소셜미디어, CCTV와 함께 수사의 3대 요소다.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떨어트린 머리카락이나 침, 하다못해 표피 세포라도 찾기만 한다면 DNA 검사로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 그러니까 죄짓고 살 수 없다.(웃음)”

이 교수는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들었다. ‘증거 자료 보존’과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그것이다.

“미국은 미제 사건이 있으면 그 증거물들을 그대로 보관한다. 그것으로 나중에 다시 조사를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경우, 전 인구의 10%가 넘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음주 운전하다 걸린 사람이 12년 전 미제 강간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다.”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강조하는데, 개인의 DNA 정보를 국가가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나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정보 또는 인권을 걱정하시는 분들은 DNA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DNA는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DNA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DNA는 기능이 있는, 즉 특별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 정보를 가진 부분과 그런 기능이 없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DNA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병원에서 진단이나 치료를 위하여 유전자를 검사한다면 기능이 있는 부분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법의학 분야에서는 기능이 없는 부분을 목표로 삼는다. 법의학에서 검사하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른 성질 외에는 특별한 정보가 없다.”

― 수사를 위한 DNA 데이터베이스 수집은 악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 악용하고자 할지라도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DNA 정보는 기능이 없는 유전 정보이므로 실제로는 쓸모가 없다. 만에 하나 지금은 기능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고 가정하더라도, DNA 데이터베이스는 당사자가 죄를 짓지 않으면 쓸 일이 없으므로 걱정할 일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의 결백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요컨대 DNA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 개인정보나 인권 등을 거론하며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 뿐이다.”

―부검 전문의로 이름이 높다. 그런데 국내 검시(檢屍)제도가 세계 중하위권 정도밖에 안 된다는 발언을 했던데.

“아 그거? 내가 좀 선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실 우리 검시제도는 창피한 수준이다. 일본 법의학자들이 자기네 검시제도에 대한 불만을 갖고 ‘너희는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할 이야기가 없다. 변사자 검시율이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다. 영국은 병으로 죽든, 사고로 죽든 전체 사망자의 30%를 변사자로 취급한다. 조그마한 의심만 있어도 변사자로 취급해서 국가가 개입한다. 일본과 미국은 15% 정도를 변사자로 취급한다. 그 15% 중에서 3분의 1을 부검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25만 명가량 사망하는데 그중 15%면 3만7000명 정도 되지 않는가. 그중 3분의 1이면 1만2500∼1만5000명 정도를 부검해야 하는데, 실제 부검률은 5000∼6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경험상으로 볼 때 경찰이 수사한 사건 100건 중 하나는 잘못돼 있다. 6000건이면 60건 정도가 잘못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변사로 인식됐는데도 검시를 하지 않아서 사건이 잘못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지만, 이런 면에선 아직 기본이 부족하다.”

허술한 검시제도의 중심에는 법의학자 인력 문제가 놓여 있다. 당국은 ‘법의학자가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부검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고, 의학계는 ‘일할 여건이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누가 법의학을 하려고 하겠는가’라며 논란을 벌이고 있다.

― 이른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 검시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추진 과정에서 계산을 해 봤더니 부검 장비는 큰돈이 들지 않더라. 의사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고, 장비는 칼, 가위, 포셉(외과 수술용구의 하나) 등 이런 것들만 필요하다. 요새는 시신을 컴퓨터 단층 촬영(CT)으로 찍는 기술이 발달했다. 우리(부검의들)가 밥그릇 뺏길까 봐 전전긍긍할 판인데, 그래도 경쟁력이 있는 것은 싸다는 것이다.(웃음)”

그는 형사 사건뿐만 아니라 민사 사건에서도 검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에 가입했다면 사망 원인이 질병인지, 재해인지에 따라 수급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사 분쟁도 현장에 가서 검시를 했더라면 해결을 할 수 있는 게 많다. 꼭 부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예컨대 운행하던 차에 탄 두 사람이 죽었다면 안전띠로 생긴 찰과상 방향으로 누가 운전석에 있었고, 누가 조수석에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병원의 보통 의사들은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흔적을 기록하지 않지만, 법의학자들은 그런 증거를 주의 깊게 보니까.”



―지금까지 많은 부검에 참여했을 텐데 어떤 게 기억에 남나.

“어떤 부검이라도 최선을 다하지만,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것은 시국 사건에 관련된 것들이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명지대생 강경대 치사 사건, 성균관대생 김귀정 사망 사건, 군의문사 김훈 중위, 허원근 일병 사건 등. 부검을 시도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아쉬운 일이다.”

―1991년 시위 도중 사망한 강경대 군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었던 게 생각이 난다.

“부검을 해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아봐야 했는데, 유족과 사건 대책위 반대로 결국 못했다. 그래서 내가 책(‘법의학의 세계’)에 불만을 털어놨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 때문에 부검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지만,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부검이 필요할 경우엔 꼭 해야 한다. (당시 강경대 군 유족 등의 반대는 공권력을 믿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송 드라마 ‘싸인’을 보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의들이 상부의 전화 한 통화 받으면 사인(死因)을 조작하더라. 우리 법의학자들이 그 드라마 보며 엄청나게 화를 냈다. 자존심 하나 먹고 사는 우리들이 어떻게 전화 한 통화 받고 사망 원인을 바꾸겠나. 말도 안 된다. 다만 이해되는 측면은 있다. 그것은 법의학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법의학을 단지 소재로만 빌린 드라마니까.”

―이태원 살인사건을 되돌아보면.

(199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당시 홍익대 대학생이었던 조중필 씨가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아더 패터슨과 그의 친구인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당시 18세)가 용의선상에 올랐다. 현장에 있던 두 사람은 서로 조 씨를 죽인 범인은 친구라며 자신은 구경만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찰은 이 교수에게 부검을 의뢰했고, 부검 의견에 따라 키가 180㎝가 넘고 몸무게가 100㎏에 가까운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패터슨은 흉기 소지 혐의로 기소했다. 리는 최종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고, 패터슨은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에 8·15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패터슨은 당국이 출국금지 연장을 제때 하지 않은 상황을 틈타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이후 이 사건은 ‘분명한 피해자가 존재하고, 둘 중 하나가 살인범인 것은 확실하지만 둘 다 풀려난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지난 2009년 이 사건을 다룬 영화가 상영되면서 사건이 재조명을 받았다.)

“참 가슴 아픈 사건이다. 담당 검사가 평소 사건 해결에 열의를 보이는 이였다. 사건 현장에 나를 자주 불렀는데, 굉장히 귀찮았지만 그 열의를 높이 사서 응하곤 했다. 이태원 사건도 현장에 함께 갔다. 사건 다음날인데 햄버거 가게가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현장은 깨끗이 청소가 돼 있었다. 어쨌든 현장을 본 후에 검사와 이야기를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굉장히 짧은 시간에 살해할 정도면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체격이 큰 대학생 피해자를 칼로 찔러 죽일 정도면 기술이 좋거나 힘이 센 사람이다. 법의학자가 감정서를 작성할 때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는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이 교수는 담당 검사의 제안에 따라 피해자 부검을 했다. 검사는 부검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서 휴일인 식목일에 요청했고, 이 교수는 역시 그 열의에 감동해서 기꺼이 응했다.

“나중에 검사가 용의자 둘 중에 하나를 지목하라기에 내가 베팅을 한다면 둘 중에 체구가 큰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검사가 누구를 기소했는지는 몰랐다. 뒤에 보니 체구가 큰 용의자를 기소했기에 여러 사항을 고려해서 알아서 했겠거니 했다. 그런데 무죄 판결이 난 후 법원에 가서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보니 내 의견에 큰 영향을 받았더라. 내가 수사 과정에서 너무 많은 말을 했구나, 하는 후회가 생겼다. 용의자가 주한 미군 군속 가족이어서 미군 범죄수사대도 조사했는데 도망간 용의자를 더 가능성 있게 봤다고 하더라. 그런데 검사는 내 말을 믿고 싶었나 보더라. 참 가슴이 아프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연방 가슴 아프다고 중얼거렸다. 그런 모습은 법의학자들의 남모르는 고뇌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게 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난치병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가 너무 제약이 많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생명공학 산업과 생명윤리 정책은 사실 반대방향이다. 그래서 갈등이 있다. 줄기세포 연구 등 생명공학 효과에 관해 황우석 박사가 너무 과장하는 바람에 우리 국민에게 환상이 있다. 지금은 그 환상이 줄어들고 있는 듯싶다. 생명공학 연구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고, 산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황우석 사건을 초래한 우리나라는 제약을 받는 게 마땅하다. 잘못했으니 당분간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지 남들과 똑같이 하겠다고 하면 세계학계에 자성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한국인들은 잘못을 하긴 했으나 이후에 엄격하게 통제해서 이제는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이런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요즘 연구원에서 중점을 두는 게 무언가.

“생명 윤리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는 연구계획서를 미리 심의 받아야 한다. 각 기관에 있는 윤리위원회가 제대로 심의하고 있는지 인증 평가하는 사업, 이런 거를 우리가 관장하고 있다. 그다음에 국가 윤리정책에 관한 연구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윤리심의위원회가 있는데 사무국 역할을 우리가 해주고 있다. 윤리라는 게 각광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학회 회장이다. 의료 시스템 개선을 논할 때 저수가 의보 체계가 표적이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학회이기 때문에 돈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다. 의사들을 굶게 하면 안 된다고. 의사들이 굶으면 국민들이 병들어 죽는다. 1977년에 전 국민 의료보험이 됐는데 이게 벌써 50년이 됐잖은가. 큰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 국민이 100원을 내면 의사가 자기 지식이랑 기술, 경험을 사용하는 것으로 20원을 받는 시스템이다. 의사들은 품위 유지하며 살고 싶으니 40원은 먹어야 하겠거든. 그래서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한다. 과잉 검사를 하는 거다. 요새 내 주변에서도 의사를 못 믿겠다는 소리를 한다. 환자 하나 들어오면 홀딱 벗겨 먹겠다는 거 아니냐. 이렇게 의심을 한다. 의료라는 게 환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가 중요한데…. 이걸 개선해줘야 한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의료계 학술대회를 제약사가 후원하는 것이 늘었다고 하더라.(리베이트 쌍벌제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준 사람은 물론 받은 의료인도 처벌을 받게 하는 제도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쌍벌제는 타율적 규제다. 자존심 상한다. 내가 의사들을 항상 욕하는 게 그거다. 왜 자율적으로 못하냐. 얘기를 들어보면 조금 억울한 것도 있지만, 욕먹어 싼 것도 적지 않다. 그런데 수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도 제약받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의사들은 세계적 학술대회에 자꾸 가야 한다. 그게 환자들에게 좋은 것이다. 의과대학 때 배운 옛날 지식과 방법으로 계속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약 회사는 최신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것이 비정상적으로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만 과장되게 전달돼서 정상적인 학술 활동도 제약받고 있다.”

―자정할 부분도 있고, 인정받을 부분도 있다?

“물론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하지 못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이 꼴(리베이트 쌍벌제 규제)을 당한 거다. 이 꼴을 당한 지 몇 년 됐는데 고생을 더 해야 한다. 학술 대회 및 연구 활동도 엄격하게 심사해서 필요한 부분은 지원하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지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흥청망청했던 것은 자제해야 하지 않겠는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큰 교훈은 뭔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거다. 응급실 복작거리는 것, 문병 문화 등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방한 했을 때 대화를 나눴는데, 모든 나라가 이런 사태가 오면 당황해서 엉뚱한 짓을 한다며 깔깔 웃더라. 우리가 초기 방역 등에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론 선방했다. 스스로를 창피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우리 국민이 깜짝 놀라 학교 휴학을 하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그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미국 같은 나라도 정전되면 아비규환이 되지 않는가.”

―메르스 사태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질되고 의사 출신이 새 장관이 됐다. 어떤 기대가 있는가.

“새 장관은 고교, 대학 후배다. 메르스 때문에 장관이 됐지만, 감염 전문가는 아니다. 아마 현 정부가 대통령 공약 사업인 원격 진료를 추진하기 위해 부른 게 아닌가 싶다. 의사협회는 결사반대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오면 개원의들이 망한다는 거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고 있다. 정보통신이 이렇게 발달한 세상 아닌가. 예컨대 충남 천안에 사는 환자가 서울대병원에 와서 30분 기다렸다가 30초 진료받고 가는데, 이것을 인터넷으로 하면 차비와 시간이 얼마나 절약되는가. 물론 의사가 직접 봐야 하는 게 있다. 그러니 어떤 것은 안 된다는 제약을 두면 된다. 일정 조건을 두고, 원격 진료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다. 도서벽지 환자를 인터넷으로 진료하는 것을 의협이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 의사들은 망하지만 환자는 죽는 거 아닌가. 논의해서 막을 것은 막고, 동의할 것은 동의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의협에서 비난하겠지만,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인터뷰 = 장재선 사회부장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