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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 연명치료 중단 '사전의료의향서'…아직은 시기상조

연명치료 중단 '사전의료의향서'…아직은 시기상조

법리적 모순 발생, 구조적 전제조건 해결 우선

황인태기자 ithwang@medipana.com 2012-04-26 06:29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의 의미로 연명치료 중단을 사전에 알리는 사전의료의향서가 법 제도상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한 자기결정만 반영된 의사로 보기 힘들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시민 생명보호와도 모순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2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창립세미나를 열고 '한국에서의 연명치료중지, 어디로가야하나?-사전의료의향서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법적 윤리적 문제를 검토했다.
 
현재 민간단체에서는 자체적 사업으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권유하고 있으며, 의향서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서류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 보장과 연명치료로 인한 개인 고통 경감 및 무리한 개인적 재정적 부담 감소 등을 이유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 사전의료의향서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법리적 관점에서는 사전의료의향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상황을 대상으로 하는 점과 그 대상이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국의료법학회 신동일 교수(한경대 법학과)는 "환자가 결정한 내용 그대로 존중을 강조하는 것은 오해"라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극단적인 경우 어떤 것도 확정할 수 없는 무기력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안락사 금지는 살인행위를 금지하는 원리와 동일한 규범근거를 가지는데 이는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라며 "안락사의 허용은 국가의무와 모순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극단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시민들에 대한 우생학적 살인 또는 자살방조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비난도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만약 사전의료의향서가 법적 의미가 있기 위해선 치료중단의 의학적 전제가 확인되고, 자유 법적인 근거에서 동의 능력을 갖춘 본인의 진지한 승낙이 있어야 한다"며 "진료포기의 의사도 일정한 기간에 매우 손쉽게 철회할 수 있는 제도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결정은 상황과 직접적인 자기 연관성이 없는 경우 이성적으로 내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신 교수는 "연명치료 중단 문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구조적인 전제조건을 해결해야만 그 해결의 실마리가 발견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간 존엄성이나 생명권 존중이 훼손되는 가능성이 제도화되지 못하게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생명윤리학회 홍석영 교수(경상대 윤리교육과)도 "사전의료의향서는 법적 유효성이 없지만 당부형태에서 그쳐야 한다"며 "죽음을 앞당기는 형태는 지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자기결정권 존중의 의미라고 하지만 국내 의료 현실상 순전히 자기만을 위해서 결정한다고 보긴 힘들다"며 "허용에서 멈추는 것이 적절하고, 환자 혼자서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는 실제로 적용하는데 있어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의료법학회 이석배 교수(단국대 법학과)는 "오스트리아, 독일 등은 법적으로 사전의료의향서의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는 해당 국가의 의료비 부담이 낮기 때문으로 국내 현실과는 다른 상황"이라며 "먼저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일이 선행되야지만 국내에서도 사전의료의향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간단체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사전의료의향서쓰기운동을 전개, 전국 9개 도시를 방문해 관련 운동가 교육 및 서식을 제공했으며, 월 1회 운동가 지속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진 총 3만장의 서식이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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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12-04-26 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