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 가천홀에서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메르스 위기와 생명윤리' 포럼.
"메르스 발병으로 인해 발생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자(환자)들은 메르스 방역 실패의 피해자였지만 사회적으로 죄인 취급을 받는 등 기피 대상자로 낙인찍혀 큰 고통을 받았다."

정부의 메르스 공식 종식 선언 이후 신종감염병 예방 및 관리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메르스 사태 기간 동안 공권력에 의해 직접격리 조치를 당한 감염자(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인권 문제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원장 이윤성, 대한의학회장)는 3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함춘회관 가천홀에서 '메르스 위기와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메르스 사태 동안 감염자와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그에 의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점검했다.

  
▲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대한의학회장).
포럼을 주최한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포럼에 앞서 "메르스 사태에서 윤리적 이슈들을 간과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메르스 환자와 그 가족들은 초기부터 피해자로 여겨지기 보다는 경계해야 할 보균자로 인식됐다.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격리됐고, 사망한 가족의 장례도 지키지 못했다. 지역사회 복귀한 후에는 경계해야 할 보균자로 인식됐다"면서 "심지어 격리조치를 위반한 일부 의심환자들은 시민적 덕성이 부족한 이들이라고 비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염의 공포와 격리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의심환자의 두려움이 무엇일지 고려하지 않고 공중보건이라는 이름하에 이들을 격리하는데 바빴으며,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환자, 가족, 일반시민들에 대한 윤리적인 대응방식이 무엇일지 찾아보는 시도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르스 환자를 치료했던 의사, 현장에서 보도했던 기자, 정신의학자와 사회학자들로부터 공중보건 위기를 대응할 때 어떤 윤리적 고려가 필요할지 들어보고 논의하고자 한다"고 포럼 개최 취지를 밝혔다.

'감염병 환자의 인권'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센터장은 자신이 첫 메르스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회고하면서 "첫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면서 언론보도와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환자가 사망할까봐 노심초사했다. 환자가 완치되더라도 메르스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 퇴원시켜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센터장.
또한 "사실 국가의 방역실패의 피해자였던 첫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국내에 메르스를 퍼트린 죄인과 같았다"며 "환자가 완치된 후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첫 환자인 것이 밝혀질 경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 컸다"고도 했다.

특히 "감염병 환자에 대한 격리 등의 결정은 공익과 인권에 대한 숙고 끝에 결정돼야 한다"면서 "감염병 관련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개인인권 억압이나 피해발생보다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을 경우에 격리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치료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게 된다"면서 "국가는 먼저 감염병 방지를 위한 미관협력 네트워크(감시시스템 구축)를 갖춰야 하며 감염병에 대한 정확학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감염병은 사회적 문제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화된 상황에서 감염병 발생 시 감염자에 대한 권리제약과 사회적 합의에 의한 피해구제, 감염병 발생 후 경제침체 등 감염병과 사회는 상호작용을 한다"면서 "확실한 감염병 관리체계 선결을 전제로 정확한 정보공개와 홍보를 통해 감염병 방지책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메르스 보도에서 중요했던 것들'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는 메르스 사태 기간 동안 일부 선정적·경쟁적 언론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반성했다.

김 기자는 우선 "메르스 사태 초기에 언론들이 '메르스 사망률이 40%', '예방백신도 치료제도 없다'는 기사를 중점적으로 보도해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했다"면서 "여기에 정부와 감염자 치료 또는 경유병원들의 정보공개가 지연되면서 국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공개가 늦어지면서 일부 언론들은 사망하지도 않은 환자가 사망했다고 보도하는 등 보도경쟁을 벌여 국민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면서 "신종플루와 사스의 경우에도 언론들의 사실 확인이 부족한 내용에 대한 경쟁적 보도로 인한 문제 지적이 있었지만, 메르스 때에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사스와 신종플루 이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이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방지하기 신상관련 보도 자제, 감염자와 가족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 개인정보 및 사생활 존중, 감염인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 보도 주의 등 자체적으로 '전염병 관련 보도지침'을 마련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현재 감염자와 가족들이 병원들에 대해 소송을 벌이고 있고, 국정감사에서도 메르스 사태 발생 및 확산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는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사태 초기에 감염범위를 좁게 설정한 이유와 결정 당사자, 정부와 병원들의 정보공개 지연과 그 이유 등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많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