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미 항소법원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합법성 인정, 그러나...

지난 8월 24일, 미 항소법원은 연방정부가 후원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hESC)에 관한 연구의 합법성을 인정하였다. 이는 미 국립보건연구원(NIH, 피고)이 지난 3년 동안 윤리적 문제를 내세워 hESC의 사용을 반대해 온 세력(원고)에게 거둔 일련의 승리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이로써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당분간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되었지만, 27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아래 첨부한 인터넷 주소 참조)을 자세히 읽어 보면, hESC를 둘러싼 법적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우리가 명백히 승리했음을 뜻한다.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의학연구 발전을 위한 연대(Coalition for the Advancement of Medical Ressearch)의 회장이자 원고측 변호사로서 hESC 연구를 지지하는 에이미 콤스톡 릭은 말했다. 그러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에서 3명의 판사들은 각각 다른 이유를 들어 NIH의 손을 들어 주었기 때문에, 재심이 이루어질 경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원고 측의 변론을 맡았던 새뮤얼 케이시 변호사는 성명서를 통해, "항소법원의 판결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연방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9년 8월, NIH가 "hESC 연구를 제한했던 부시 행정부 시대의 족쇄를 풀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거한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한 달 후에 제기되었다. 배아의 생명을 옹호하는 단체와 그밖의 인사들(성체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2명의 과학자 포함)은 "NIH의 가이드라인이 16년 전에 공포된 디키-위커 수정법(Dickey-Wicker Amendment)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NIH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디키-위커 수정법은 연방정부가 인간의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hESC는 배아를 파괴함으로써 얻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원고 측은 2010년 8월, 주심인 로이스 램버트 판사로부터 "NIH의 hESC 연구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받아냈지만, 이 명령은 후에 항소법원에 의해 보류되었다. 2011년 4월, 항소법원이 가처분 명령을 철회하면서 NIH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GTB2011050110). 그리고 2011년 7월, NIH는 램버트 판사에게 소송을 기각하는 약식 판결을 요구했지만, 램버트 판사는 항소법원의 판결을 따르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원고측은 이 사건을 동일한 항소법원, 즉 콜롬비아주 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으로 끌고 갔다.

 

항소심의 주심을 맡은 데이비드 센텔레 판사는 15페이지짜리 의견서를 통해, "항소법원의 가처분 기각결정은 「셰브론(Chevron)의 원칙」, 즉 '법령의 내용이 불명확할 경우, 법원은 관계기관의 해석을 따른다'는 원칙에 의거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즉 NIH는 "hESC 연구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점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고, hESC 연구를 후원하는 것이 디키-워커 수정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는데, 법원은 셰브론 원칙에 의거하여 NIH의 해석을 존중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 NIH의 정책이 배아의 파괴를 부추김으로써 배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두 명의 판사도 센텔레 판사와 의견을 같이 했지만, 그 추론방법이 다르다는데 문제가 있다. 앞서 상고법원의 가처분 기각결정을 말장난(linguistic jujitsu)이라고 비난한 바 있는 캐런 르크라프트 헨더슨 판사는 "나는 '법원은 과거의 판례에 구속된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거하여 다른 판사들의 의견에 동조했을 뿐이며, 개인적으로는 '셰브론의 원칙을 NIH의 가이드라인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논쟁의 불씨를 남겼다. 그녀는 의견서에서 "법원은 디키-워커 수정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NIH의 해석을 따르지 말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했다.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NIH의 가이드라인은 디키-워커 수정법의 단순명료한 문구에 위배되므로, 무효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한 명의 판사인 재니스 로저스 브라운은 '셰브론 원칙을 NIH의 가이드라인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에서 헨더슨 판사와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NIH의 디키-워커 수정법 해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 의회가 이 법을 통과시키면서, 일부 hESC 연구를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과학자, 정책 입안자, 법률 전문가들이 hESC 연구의 윤리적 결점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녀는 의견서에서 "이번 소송이 간단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다면, 벌써 오래 전에 결론이 내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근저에는  '과학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심오한 의문이 깔려 있기 때문에, 논쟁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양 당사자의 입장 차이에 따라 정 반대의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세명의 판사가 의견의 분열(fractured opinions)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원고 측이 이 점을 이용하여 소송을 전우너 재판부(en banc hearing)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 콤스톡 릭 변호사(피고 측)에 의하면, 원고 측이 재판을 전원 재판부로 끌고 가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왜냐하면 항소법원의 네 판사가 이미 NIH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케이시 변호사(원고 측)에 의하면, 원고 측은 미 연방대법원에 직접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미 국립보건원(NIH)과 생물의학 연구자들은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연구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수 천 명의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큰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라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들은 "연방 항소법원의 결정은 수개월 동안 지속되어 왔던 생명과학계와 의학계의 두려움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혔지만,  hESC를 둘러싼 법정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종적인 결과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 이번 판결의 사본 : http://news.sciencemag.org/scienceinsider/24%20August%202012%20Appeals%20Court.pdf

※ 그동안의 소송 진행상황

1. http://news.sciencemag.org/scienceinsider/2011/04/stem-cell-ruling-brings-relief.html?ref=hp

2. http://www.nature.com/news/2011/110503/full/473015a.html

원문출처 : http://news.sciencemag.org/scienceinsider/2012/08/a-legal-win-for-stem-cell-resear.html?ref=hp

출처 : http://bric.postech.ac.kr/trend/news/view_kisti.php?id=211988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