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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설계 완성은 웰다잉 … 건강할 때 ‘연명 치료’ 여부 결정해야

중앙일보]입력 2012.04.10 04:27

[우재룡의 행복한 은퇴 설계]

 

[우재룡의 행복한 은퇴 설계]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얼마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조모(62세)씨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필자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여든여덟 어머니가 노환으로 요양원에 계시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빠져 병원으로 옮기게 됐다.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형제들이 협의 끝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후 어머니는 다시 좋아진 것처럼 형제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옛날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지내다 다음 날 혼수상태에 빠져 이틀을 보내고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편안하게 생을 마감한 어머니가 복을 받으신 거라고 위로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10년 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을 평가해 발표했다. 생애 마지막 보살핌의 질과 유용성이 기준이다. 이들 국가 중 우리나라는 32위에 머물렀다. 평생을 아무리 잘 살았다고 해도 마지막 모습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진정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행복하게 사는 웰빙(Well-Being) 만큼이나 행복하게 죽는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행복한 은퇴설계의 완성은 죽음에 대한 계획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후 계획에서 생애 뒷부분은 명확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존엄사 논쟁은 지난 2009년 이른바 ‘세브란스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당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모 할머니에 대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대법원을 통해 인정되면서 각계각층에서 뜨거운 논의가 있었다.

 노후 준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겪게 되는 간병기와 함께 사망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간병기와 사망 이후에 소요되는 치료비나 각종 비용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다면 남아 있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재무설계와 금융상품을 활용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또 마지막에 대한 대비로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한다. 임종에 임박해 자기 자신에 대한 치료 여부 및 방법에 대해 작성하는 서면 진술서이다. 스스로 의견을 표현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의학 치료에 대해 의사결정할 수 있는 건강한 때에 미리 작성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에서 지시서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가족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고 아름답게 떠나는 ‘웰다잉’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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