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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 받으려면 평균 5년 걸린다

서울대병원 환자 1231명 대기시간 분석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장 이식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9년(1804일)이다. 실제로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 10명 중 3명은 이식까지 5년 넘게 기다렸다.

동아일보가 2001∼2010년 서울대병원에서 신장 이식을 받은 환자 1231명의 대기시간을 분석한 결과다.

○ 고령화·당뇨환자 늘수록 대기자 증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1년 안에 이식을 받은 환자는 18%(223명)였다. 1∼2년은 13.3%(164명), 2∼3년은 14.1%(174명)였다. 5년 이상 기다린 환자는 32%(394명)였고, 20%(247명)는 7년 이상 혈액투석을 한 뒤에야 신장을 이식받았다.

신장 이식을 받기까지 대기시간이 긴 이유는 신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양재석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는 “신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당뇨를 오랜 시간 앓게 되면 자연히 신장에도 무리가 온다. 신장 이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을 경험하거나 이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도 늘었다. 심장병이나 암 같은 질환이 생길 확률도 높아졌다. 따라서 합병증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식을 기다린다면 최소 연 1회 이상은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거부반응 항체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신장을 이식받은 뒤 거부반응이 나타날 우려가 있는 환자는 성공 확률이 낮다는 이유로 대기 순번에서 밀린다. 특히 임신이나 수혈 경험이 있는 환자는 거부반응 항체가 몸 안에 생기기 쉽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거부반응 확률 역시 더 커져서 장기를 이식받기가 더욱 곤란해진다. 

최근에는 개선 방법이 생겼다. 서울대병원은 2년 전부터 항체 저항성을 줄이기 위한 탈(脫)감작 치료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미리 죽이거나 약으로 항체를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치료는 6개월 정도만 효과가 있다.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2000년 4만7449명에 불과했던 기증희망등록자는 2011년 80만8924명으로 늘었다. 

희망등록자가 늘어났다고 이식 건수가 바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장기이식 업무를 담당하는 세브란스병원의 전경옥 장기코디네이터는 “아직까지 유족이 신체 기증을 꺼리는 문화가 남아있다. 생전에 기증의사를 밝혀도 유족이 반대해 이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2007년 148명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인 368명을 넘었지만 올해는 333명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는 신장을 주로 가족으로부터 이식받는다. 지난해 신장 이식 수술 959건 중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서 이식을 받은 사례는 39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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