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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된 신장, 다른 환자에게 다시 이식' 국내 첫 성공

 

이식된 신장 재활용 가능해져… 전 세계 성공사례 10건 미만, 누나 신장 받고 살아온 40대 갑자기 뇌출혈… 뇌사 상태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 번 이식된 신장을 다시 꺼내 다른 환자에게 재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일종의 이식 신장 재활용이다.

울산시 울산대병원 장기이식센터 조홍래·박상준 외과 교수팀은 6년 전 말기 신부전증으로 누나로부터 신장 하나를 이식받고 살아가던 40대 남성 환자(1차 이식 환자)가 갑작스레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지자, 그 신장을 떼어내 또 다른 신부전 환자(2차 이식 환자·50대 남성)에게 재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같은 이식 신장 재이식은 국내 첫 사례고, 세계적으로도 10건 미만 이뤄진 극히 드문 경우다.


1차 이식 환자의 누나(50대 여성)는 지난 2006년 신부전증을 앓던 동생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하지만 동생이 최근 뇌사 상태에 빠지자 가족들과 상의해, 동생에게 갔던 신장을 다른 환자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재활용된 신장을 받은 2차 이식 환자는 현재 수술 후 13일째로, 면역 거부 반응이 없이, 소변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등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이 환자는 그 이전 말기 신부전증 때문에 투석 생활로 연명해왔다.

이식 신장 재이식은 의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1차 이식 환자 배 안에 있던 신장은 주변 조직과 유착이 심한 상태로 복벽(腹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신장을 떼어내기도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상준 교수는 "뇌사자로부터 신장을 최대한 이른 시간에 떼어내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식 성공의 관건"이라며 "신장 주변부까지 통째로 들어내어 절제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신장을 이식하려면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기증자와 수혜자 간에 조직적합성 검사를 한다. 이번 경우는 최초 기증자 → 중간 사용자 → 최종 사용자, 3자(者)를 상대로 조직적합성 검사를 시행하여 모두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재이식 수술에 임했다.

재활용 신장이라고 해서 2차 이식환자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신장이 사람 몸에 이식되면, 신장 하나를 갖고 2개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신장 용량을 키운다. 이번 재활용 신장도 지난 6년 동안 신장 2개 역할을 하느라 정상 크기보다 1.5배로 커져 있었다. 따라서 2차 이식 환자는 처음부터 용량이 큰 신장을 갖게 된 것이다. 박 교수는 "이 때문에 2차 이식 환자의 신장 기능 회복 속도가 우리가 놀랄 정도로 일반 이식 환자보다 상당히 빨랐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30/2012083000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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