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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황우석 사태?…日 줄기세포 학계 '전전긍긍'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든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올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가운데 iPS로 심장근육세포를 만들어 사람 몸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을 놓고 일본과 미국의 줄기세포 학계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1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NHK 등은 세계 최초로 iPS로 만든 심장 근육 세포의 인체 이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모리구치 히사시 도쿄대 부속병원 특임연구원의 주장이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버드대가 모리구치의 주장을 공식 부인했기 때문이다.

NHK 방송은 “2007년 사람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iPS를 만든 야마나카 교수가 올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가운데 이 연구를 둘러싸고 이례적으로 신빙성에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아직까지 iPS를 임상 응용한 사례는 모리구치의 주장 외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일본판 황우석 사태’가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모리구치 vs 하버드대 ‘진실공방’

하버드대는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하버드대와 제휴 병원인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모리구치에게 어떠한 연구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는 심지어 “모리구치는 1999~2000년 MGH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 적은 있지만 이후 하버드, MGH는 그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하버드대 연구팀에 소속된 모리구치가 지난 2월 iPS로 심장 근육 세포를 만들어 세계 최초로 중증 심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 “이 같은 역사적인 성과에 앞서 하버드대 윤리위원회가 이식수술에 대한 임상을 승인했다”며 “연구 결과는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학회에서 발표되고 논문도 과학저널 네이처프로토콜에 게재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버드대가 임상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모리구치의 iPS 심근세포 이식수술 성공은 허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iPS 임상시험은 반드시 해당 국가 내 생명윤리위원회의 허가, 연구가 진행되는 병원의 최종 승인 등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하버드대의 주장대로 승인 없이 진행됐다면 이식수술 자체가 불법이거나 명백한 허위가 된다.

논란의 중심인 모리구치는 하버드대의 성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환자 6명에 대한 임상 치료를 승인받았으며 증명 서류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치료를 승인했다는 하버드대 관계자의 이름을 거명하며 “왜 하버드가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 진위와 관련,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단 학계는 의혹 제기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모리구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던 국제학회장에 안내 포스터를 배포했지만, 주최 측이 “진위에 의혹이 있다”며 모두 철거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날 모리구치는 논문 발표 예정시간이 지나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전 불참 통보도 없었다. 모리구치가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던 네이처프로토콜도 아사히신문에 “해당 논문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계 “서둘러 진실성 조사해야”

모리구치의 업적을 앞다퉈 치켜세웠던 일본 언론은 뒤늦게 진위 파악에 분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모리구치는 도쿄대병원에서 특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며 “도쿄의치과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했으며 의사 면허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모리구치는 NHK에 “제대로 된 과정에 따라 이식수술을 진행했다”며 “나는 의사 면허는 없지만 수술은 의사의 지시 아래 이뤄져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모리구치의 주장에 전 세계가 주목했던 까닭은 iPS가 난자가 아닌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지고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과거 황우석 박사가 이용했던 난자는 여성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난자는 여성이 평생 배출하는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세포는 인체에 사실상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윤리적 논란이 적다. 체세포로 iPS를 만들어 장기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면 수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장기를 이식받는 길이 열린다. 이렇게 되면 이식 수술 과정에서 면역 거부 반응을 피할 수 있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오일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기능성세포치료센터장은 “iPS 연구를 부각하고 과대포장하기 위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면서 일본 내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을 것”이라며 “과거 황우석 사태의 경우 논문 조작이지만 이번 모리구치의 경우는 논문이 아닌 허위에 대한 진실게임이기 때문에 다소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서둘러 진실성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10120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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