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자료

2010년 6월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뉴스레터 (33호)

뉴스레터

등록일  2012.10.16

조회수  2282


▣인공세포의 가능성이 제기하는 문제들
선임연구원 이일학

    지난 5월 20일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인공생물체를 만들어 냈다고 Science지에 발표했다. 그가 만들어냈다는 인공생물체는 단백질을 지시하는 역할을 하는 DNA의 배열을 인위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제작자'가 원하는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리하여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던 또 다른 영역이 개척되었다. 그러나 이번 성공을 두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성공이 과학적으로 진일보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과학적 문제에서부터 소위 '신노릇하기'&  즉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이 정당한가에 대한 이념적인 논란까지 그 폭도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벤터의 이번 연구를 이해하고 이 성공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봄으로써 과학의 발전이 제기하는 사회의 변화는 어떻게 예측할 수 있으며& 이 변화에 파생되는 윤리적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한다.

   기술적 측면
   벤터의 이번 실험은 그가 유전자와 관련된 많은 정보를 모아왔기에 가능했다. 그는 1995년 최초로 바이러스가 아닌 유기체(Haemophilus influenza)의 유전자를 해독한 이래 다수의 유전자를 모아왔고& 이를 통해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최소유전체를 확인& 이를 합성하여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실험을 계속해 왔다. 이번 2010년 사이언스 논문은 지난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던 이 실험의 최종적인 결과를 확인하는 논문으로서 컴퓨터로 디자인되어 합성& 조립된 유전체인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즈(Mycoplasma mycoides)의 합성유전자를 DNA가 제거된 다른 마이코플라즈마 종인 마이코플라즈마 캐프리콜럼(M capricolum)에 이식한 것이다. 이렇게 이식된 합성유전자는 자기 유전자의 특성을 완전히 드러냄으로써 이식된 DNA의 성질을 가진 새로운 세포-합성세포로 증식하고 영양활동을 하는 등의 특징을 드러냈다
1).

   이것을 컴퓨터 기능에 비유하면 새로운 소프트웨어(합성된 DNA의 정보)를 다른 종류의 하드웨어(다른 종의 RNA나 단백질 합성기구)에 옮김으로써 다른 종류의 컴퓨터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것을 벤터는 "염세체를 부팅하고 세포를 부팅할 수 있다. 자신에게 적합한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했다"고 설명한바 있다2).

   벤터가 만들어내는 '생명체'는 어떤 특징을 갖출 수 있을까?  만약 최소유전체와 특정 형질로만 구성된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러한 최소생명체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원하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약용물질이나 친환경 바이오연료 등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얻어진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간파한 대형 산업체(다국적 기업 엑손모빌)의 투자는 이렇게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1) Gibson DG et al. Creation of a Bacterial Cell Controlled by Chemically Synthesized Genome. Science. doi:10.1126/science. 1190719;2010
2) Newsweek& 2009. 07.15 (889호)& 생물학계 두개의 태양

   윤리적 문제들
   그러나 이렇게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과학적 활동'은 생명체에 대한 우리 이해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번에 화학적으로 또 기계적으로 생명체를 합성해내게 됨으로써 생명이 무생물 요소로부터& 인간적인 행위로 창조될 수 있다는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이번 연구가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의 기구들을 활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한편 이번 연구로 인해 우리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영역으로 옮겨 갈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가 어떻게 생명체의 특성을 구현해내는지 확인할 수 있는(전향적인 연구가 가능해진) 전에 없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또한 인간의 활동에 따라 생명체에 다양한 변화를 유도하는 행위가 가능해졌다. 이런 행위는& 그 가능한 범위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따라서 위험성에 대한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평가를 요구하게 된다. 인간이 더 큰 능력을 얻을수록 인간의 책임은 더 커지는 것이다.


   결론
   과학은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며 사회는 이 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해 왔다. 과학의 진보가 빨라질수록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폭은 커진다. 과학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자와 사회의 대화가 활발해져야 할 것이고& 과학계는 사회적 파장과 그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예측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 과학의 활용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 인공임신중절 한계시점에 대한 각계 의견

연구원 김성자

   대한산부인과학회는 6월 21일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여 ‘모자보건법 개정 가안’을 발표해 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개정 2차 가안을 발표하여 이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모자보건법 개정 2차 가안’에서 제시된 규정들 중 현행 모자보건법과 두드러지게 다른 점들을 살펴보면& 첫째& 배아& 태아 및 선천성 이상에 대한 정의 항목을 추가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배아란 자궁에 착상이 완료되는 때(수정후 14일)로부터 장기형성이 이루어지는 때인 수정 후 56일까지의 초기 인간 생명체이며& 태아란 기초적 장기 형성이 이루어진 때로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대상이 되는 인간 생명체로 정의했다.
   아울러 선천성 이상은 그 원인을 불문하고 배아 혹은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 또는 변형이 있거나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생존이 심히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정했다.
   둘째&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의 허용한계’ 조항에 대해서는 “배아 혹은 태아에게 선천성 이상이 있어 현재의 의료 수준에서 볼 때 출생 후 생존이 심히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셋째& 시행령 제15조 제2항의 개정에 대해서는 두 가지 안이 소개됐다. (1안)은 현행 조문인 모든 인공임신중절 허용사유에 대해 현행의 한계시점인 임신 24주일 이내를 유지하면서 ‘사람’이라는 용어가 출생 후부터 사망 전까지의 개체를 의미하므로 ‘배아 또는 태아’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2안)은 출생 이후 사실상 사망할 우려가 크거나 생존이 심히 곤란한 경우 24주 이내의 예외로서 임신 주수에 관계없이 진단되는 시기에 중절수술을 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넷째& 인공임신중절의 시행 결과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추가하였다. 즉& 모자보건법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한 의료기관의 장은 매년 1월 31일까지 전년도 인공임신중절의 시행 결과를 일정 서식에 따라 관할 특별 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특별자치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정 2차 가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태아측 이상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 규정이 신설되어 제시되었으나 이에 대해 전종관 대한의학유전학회 산전진단위원장은 “태아측 사유를 인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어떤 질병까지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쉽게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모자보건법 TF팀 김향미 간사는 “인공임신중절 허용시기와 관련해 현행법은 임신 24주 이내로 한정하지만 태아의 선천성 이상으로 인해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되는 경우에는 진단되는 시기에 시술이 가능하도록 하고 임신을 유지할 수 없는 모체 측의 의학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출생에 해당이 된다”라고 주장하며 시기에 대한 허용한계를 두지 않는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나경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개정안에 대해 “배아병인적 적응요건에서 ‘생존불가능성’을 요건으로 하고& 의료적& 사회적 적응요건에서 산모의 ‘정신과적 질환’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배아측 의학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절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주호노 한국의료법학회 총무이사는 “진단의사와 중절시술을 하는 의사를 구분하는 방법& 상담제 등의 장치를 통해 환자가 충분히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임신중절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의사 한 명에게 너무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의학적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허용규정을 주로 논의하였는데& 태아 측 이상에 대한 범주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인 경우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은 의학적 사유 이외에 사회경제적인 사유도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란 의견도 있어 어떤 합의에 도달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참조 :  메디포뉴스 http://www.medifonews.com/news/article.html?no=65181
             메디컬투데이 http://www.mdtoday.co.kr/mdtoday/?no=132297
             모자보건법 전문  

 

   ▣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13조 제1항 등 위헌확인사건 (각하& 기각)

연구원 박인경

   지난 2010년 5월 27일 헌법재판소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생명윤리와 안전을 위협하고& 일부 과학자들에게 사실상 무제한의 연구 실험을 허용하는 반(反)생명법으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청구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에 대한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이하에서는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 제1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소송(2005헌마346& 2010.5.27.)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 개요
   청구인 1과 청구인 2는 체외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배아로서 수정란 상태로 의료재단에 보존되어 있는 배아들이며& 청구인 3& 4는 청구인 1& 2를 생성하게 한 배아생성자들 그리고 청구인 5 내지 13은 법학자& 윤리학자& 철학자& 의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심판대상법률이 임신목적의 배아 생성을 허용하면서 인공수정배아를 인간이 아닌 세포군으로 규정하여 이에 대한 연구목적의 이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잔여배아의 보존기간과 그 폐기 및 연구에 관해 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으며& 생성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및 인공수정을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ㆍ방법 등에 대하여 규율하지 않고&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통해 생성된 체세포복제배아의 연구ㆍ폐기를 허용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결정 요약문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① 초기배아들의 심판청구는 청구인적격이 없어 부적법하고& ② 배아생성자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잔여배아에 대해 5년의 보존기간을 정하고 이후 폐기하도록 한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항& 제2항(잔여배아의 보존기간 및 폐기)
3)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결정 이유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첫째& 청구인 배아 1& 2의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와 둘째& 이 법이 배아생성자들의 배아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첫째&  청구인 배아 1& 2가 기본권 주체성을 갖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배아 1& 2는 자신들이 인간에 해당하므로 자신들을 폐기하거나 연구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① 현재의 자연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배아 간의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  ② 배아는 모태 속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③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된다거나 그와 같이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배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였다.

   둘째&  배아생성자인 청구인 3& 4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적법요건을 충족시킨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항& 제2항에 대한 기본권 침해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배아생성자가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고 판시하였으나& 냉동된 잔여배아 수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배아의 부적절한 연구목적 사용을 방지해야할 필요성이 크기에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의의
   본 위헌확인사건은 생명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제정된 생명윤리와 관련된 법에 대해 최초의 헌법적 평가를 내린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례이다. 비록 생명의 시기(始期)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함으로써 배아관리 및 연구에 있어 헌법적 가치질서가 준수되어야 함을 확인하고 있는 점을 눈 여겨 볼 만하다.

   참조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전문
   

http://law.go.kr/detcSc.do?menuId=6&query=2005%ED%97%8C%EB%A7%88346

3)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04. 1. 29. 법률 제7150호로 제정된 것)
제16조(배아의 보존기간 및 폐기)
① 배아의 보존기간은 5년으로 한다. 다만& 동의권자가 보존기간을 5년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이를 보존기간으로 한다.
② 배아생성의료기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존기간이 도래한 배아 중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연구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아니하고자 하는 배아를 폐기하여야 한다.


   ▣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Korea Institute of Genetic Testing Evaluation& KIGTE)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은 2005년「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유전자 검사결과의 정확도& 업무수행과정의 적정성& 검사시설 및 장비의 적합성& 검사인력의 적정성의 평가를 위한 유전자검사기관 질평가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유전자검사는 인간의 DNA& RNA 혹은 단백질을 분석하여 특정질환이나 상태와 관련한 유전자변이를 검출하여 이를 질병진단 등에 활용하는 의학적 건강관리의 도구이다. 최근 유전학적 지식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유전자검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전자검사의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유전자검사가 각 검사실에서 질병진단이나 건강상태 판정 등의 임상 진료에 이용되기 위해서는 체계적 임상연구과정을 통해 검사의 효과가 정량화되고 사회문화적 윤리적 법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상용화 후에도 합리적 사용과 검사수행의 질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은 유전자검사 전문가에 의해 유전자검사실의 검사수준 및 규정준수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는 현장실사& 유전자검사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숙련도평가 및 유전자검사의 임상적 사용에 대한 적절성 평가의 3대 사업을 통해 국내 유전자검사의 질을 향상시키고 적정한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나아가 국민보건 개선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홈페이지 : http://www.kigte.or.kr/